18. 산풍고(山風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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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부패
○ 세상과 나와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세상이 나
● 를 어떻게 감싸주느냐가 아니고, 내가 세상을 어떻
● 게 가꿀 것인가 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인 동시에, 내가 세상에 태어난 사명
○ 이기 때문입니다.
○
●
『 산풍고(山風蠱) 』
고(蠱)의 괘는 강(剛)이 위에서 높이 있고, 유(柔)가
아래에 있어서 낮은채 하고 있을 뿐, 상하가 서로 교
류함이 없고 협조함이 없다. 그러므로 나라안에는 어
려운 일들이 일어난다. 혼란과 부패와 천재지변 등
하늘은 변하고 땅에는 이상이 생기는 일들이 겹친다.
그러나 곧 크게 형통하여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발전
번영하리라. 대하를 건너감과 같이 결심과 용기를 내
어 적극적으로 위험을 극복하여 전진하는 것이 좋다.
사물의 이치는 항상 변화한다. 궁극에 도달하면 새로
운 것이 시작되는 것은 자연의 운행법칙인 것이다.
蠱,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象曰, 蠱剛上而柔下. 巽而上蠱. 蠱元亨而
天下治也. 利涉大川, 往有事也. 先甲三日,
後甲三日, 終則有始, 天行也.
사람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한 하나의 에너지체라고 할 수 있습
니다. 동양에서는 그것을 "기(氣)"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기가
어떻게 생겼냐고 굳이 표현한다면 일단은 동그랗게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는 두가지 성질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물체가 흩어지지 않
고 형태를 이룰 수 있게끔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그것을
중국에서는 음성기운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물체가 음성기운
만 있으면 안으로 쪼그라 들어서 결국은 없어질텐데 그렇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또 다른 힘이 작
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양성기운이라고 말합니다. 따라
서 만물은 음성기운과 양성기운이 밀고 당기는 작용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입
니다. 그 음성기운과 양성기운이 상호작용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치 눈에 보이는 것처럼 가시화하여 표시한 것이 "태극
(太極)"입니다.
중요한 것은 태극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음에네
르기와 양에네르기가 건전하게 유지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입니다. 나 자신이 음양기운을 가지고 있듯이, 바깥세계도 나름
대로 음양기운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바깥세계의 음양
기운과, 나 자신의 음양기운은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그 작용의
싸이클을 64가지로 구분해 놓은 것이 바로 주역입니다.
그런데 64가지의 작용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가 있는데 그
것은 나 자신의 음에네르기가 내부로만 작용하면 양에네르기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세상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고,
나 자신의 음에네르기가 밖으로 품어져 나가 세상을 포용하게 되
면 양에네르기는 세상을 끌어당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
다. 자신의 음에네르기가 자기에게만 고찰되면 결국 세상과 분리
되어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이 없고 결국 짜증과 고통의 삶을 살게
됩니다. 반면에 자신의 음에너지가 세상을 수용하고 세상으로 뻗
어나가면 세상의 기운이 자신에게 들어와서 결국은 세상의 호응을
얻고 세상으로부터 복을 받게 됩니다.
에너지체는 정지함이 없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
기 때문에 나의 에너지는 세상으로 전달되고, 세상의 에너지는 나
에게로 전달됩니다. 그래서 주역은 역류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에너지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세상과 조화를 이루어 순조
롭게 순환하지만, 자신에게 에너지가 고착되어 있는 사람은 순환
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자연은 그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거나
다른 쪽의 기능에 흡수시켜 버립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자연에
의해 자신이 깨어져 나가는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에만 관심을 가져 자신이 깨어졌다
면 그 장본인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 세상은 어떻든지간에 전부다 천국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습니
다. 우리가 천국을 느끼는 것은 매우 간단합니다. 나의 에너지체
가 내부로 고착되지 않고 세상으로 품어져 나가 세상을 포용하면
곧 천국입니다. 반대로 나 자신에게 고착되어 머물러 있으면 지옥
입니다.
운전을 할 때, 항상 정신을 잡념이 없이 맑게 가지고 주위를 살
피면서 가면 결코 큰 사고는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기 즐거운
일에 빠져서 옆 사람과 노닥거리면서 웃고 떠들고 가면 느닷없이
앞 차를 들이 받는다거나, 아니면 도로교통법을 지키지 않아 다른
차에게 받친다거나 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운전에 임할 때는 자
기 기분나쁜 것, 즐거운 것, 이러한 것에 스스로 치우쳐 있지말아
야 합니다. 신경질난다고 조금 양보하면 될 것을 성질대로 밀고
나가면 그것이 곧 불행이 되어 버리게 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 속안에 빠져서 사는 사람은 결코 천당을
맛볼 수 없습니다. 가야할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조금 온
다고 해서 옷도 젖기 싫고 바깥에 나가면 칙칙하니까 집에서 쉬
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식의 생활방식이 곧 지옥을
벗어날 수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습니다.
영혼은 비에 젖어서는 안됩니다. 영혼이 자기 자신에게 빠져있
어서는 결코 안됩니다. 정신병원에 가서 서로 대화하는 것을 보면
매우 웃깁니다. 서로가 자기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은
전혀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로 보면 마치 의사소통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서로 자기 증세를 나타내고 있을 뿐입니다. 우
리는 지금 그런 속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영혼이 분명히 자각되어져 있다면 다른 사람이 자신을 되감아
버리는 그와 같은 에네르기 속안에 말려들어 가지 않을 수 있습니
다. 그렇게 말려들어 가지 않는 영혼은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다라
는 의미에서 영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피조체들이 서
로 힘을 똘똘 뭉치고 뭉쳐서 모은다 하더라도 이 우주라는 전체
를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천당은 영생을 얻을 수 있지만 지옥
은 가봐야 끝내가서는 그 자체가 부서지고 맙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영혼과 마음이 있습니다. 영혼이 깨어 있으면
마음이 영혼을 지배할 수 없습니다. 영혼이 분명하지 못한 사람은
마음이 이리저리 쏠리고 이리저리 움직여서 자신의 영혼을 스스
로 진흙 속안에 집어 넣듯이 짓밟아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
이 우유부단해지고 결단력이 없어지고 최선의 해결책을 스스로
생각해 낼 수가 없게 됩니다. 자기 심정에 빠져 있으면 하늘이 주
는 복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주역의 괘는 두 괘가 하나로 복합되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땅을
뜻하는 괘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을 뜻하는 괘입니다. 자기와 자기
바깥의 세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기라는 세계
는 바깥의 세계로 움직여 나아가려고 해야 되고, 자기 바깥의 세
계는 자기를 감싸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 존재가 번영을 이
룰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역은 융합된 상태에서 보고 있습니다.
두 괘가 어떻게 융합되느냐에 따라서 나타나는 가지에 꽃이 활짝
피느냐 아니냐 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이 행복
과 불행을 논하는 것은 가지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혼으로 사는 사람은 결코 거기에 치우쳐서 살
지 않습니다.
"고(蠱)의 괘는 강(剛)이 위에서 높이 있고, 유(柔)가 아래에
있어서 낮은채 하고 있을 뿐, 상하가 서로 교류함이 없고 협조함
이 없다." [산풍고]의 하괘는 음이 하나이고 양이 두 개입니다. 이
것은 음의 괘입니다. 양이 두 개인데 왜 음의 괘인가? 양성기운
두 개가 안에 숨겨져 있고 음 하나가 나타나면 이것은 전체적으
로 여자입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여자들도 겉으로는 여자이지
만 안에는 양이 두 개있습니다. 여자가 자기 심사가 뒤틀리면 막
무가내로 나올 수 있는 그 힘은 안에 양의 효가 두 개 겹쳐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악을 쓰면서 싸우면 남자는 집
니다. 왜 지냐하면 여자는 막무가내로 튀어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것은 앞뒤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남자는 감당을 해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성을 넘어선 능력, 이것이 위대한 여자의 능력입니다.
위의 괘는 음이 두 개이고 양이 하나로 남성입니다. 그래서 남
자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아량이 넓은 것같지만 천만의 말씀입니
다. 남자는 치사하고 유치합니다. 또 아량도 넓지 못합니다. 남자
의 아량은 다 속셈일 뿐입니다. 여자는 손수건이라도 자기 정성껏
수를 놓아서 남자한테 선물합니다. 남자들은 환심을 사려고 하기
때문에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가짜였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여자는 가짜를 안합니다. 남자들이 싼 것이지만 비싸게
보이게끔 허풍을 떱니다. 겉으로는 양에너지이니만 속안에 음에너
지가 있기 때문에 어떡하든지 겉의 양에너지로 환심을 사서 속의
음의 세계에 빠뜨려 버릴까 하고 공모 수작을 하는게 남자입니다.
그래서 남자는 속셈이 차면 바깥으로 결코 양보하는 법이 없고,
속셈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심혈을 기울이다가 끝내가서는 스스
로 양성에너지가 고갈되게 됩니다. 그래서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혼란과 부패와 천재지변 등 하늘은 변하고 땅에는 이상이 생
기는 일들이 겹친다." [산풍고]는 위의 괘는 간(艮)괘로 소남(小
男)의 효(爻)가 양성기운으로 위로 올라가고 아래 괘는 손(巽)괘
로 장녀의 음성기운으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하늘은 밑으로 내려
올려고 하고 땅은 위로 오를려고 하는 것이 주역의 법칙입니다.
상괘는 남자로서 밑으로 감싸주어야 하는데, 감싸주려고 하지 않
고 자기대로 위로 올라가려 하고, 밑의 괘는 여자로서 올라가려고
해야 하는데 밑으로 내려가려고 하니 서로 갈라져 버리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산풍고는 서로가 융합해서 교류하는
것이 없고 분리되는 양상입니다. 국가로 보면 위의 지도층은 국
민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활만 추구하고, 국민은 국민대로
국가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어, 나라안에는
혼란과 부패, 천재지변 등 어려운 일들이 겹쳐서 나타나는 것입니
다. "그러나 곧 크게 형통하여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발전 번영하
리라." 그러나 하괘는 양성기운이 둘, 음성기운이 하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음성기운이 자기 고착에서 벗어나 세상을 품을 수
있으면 결국 순조롭게 순환되어 끝내가서는 크게 형통할 수 있는
괘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위 사람보다는 아래 사람이 더 의욕이
있고 총명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것은 회사가 되었든지 가정이
되었든지 전부 다 잘되는 것입니다. 윗 사람은 잘하는데 아래 사
람이 축쳐져 있으면 거기서는 불만이 싹트게 되고 반드시 반발이
일어나게 됩니다.
스승이 못났더라도 제자가 훌륭하면 결국 그 집단은 번영할 수
있는 것처럼, 지도층이 못났더라도 국민이 국가를 위하고 능력이
있으면 그 나라는 부강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과 나와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세상이 나를 어떻게 감싸주느냐가 아니고, 내가
세상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이 세
상에서 할 일인 동시에 내가 세상에 태어난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대상. 산 기슭으로 바람이 거칠게 불어닥친다. 이것
이 [고]의 괘상이다.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인민을
고난에서 구제하고 자신의 덕성을 기른다.
象曰, 山下有風蠱. 君子以振民育德.
산 기슭으로 바람이 거칠게 불어닥치는 혼란한 때에는 혼란한
세상을 받아들이려고 해야 되고,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는 자기 마
음대로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벗어나서 바라볼 수 있는 높은
덕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것이 갖추어지면 자연이 저절로 제 위치
로 돌려놓기 때문에 나중에 큰 복을 받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첫번째 음효. 아버지의 난사(難事)를 맡아서 처리한
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잘 처리하는 훌륭한 아
들이 셋 있다면 아버지에게도 허물은 없을 것이다.
곤란과 위험이 따르지만 최후에는 길하다.
初六, 幹交之蠱. 有子, 考无咎. 려終吉.
象曰, 幹交之蠱, 意承考也.
"아버지의 난사(難事)를 맡아서 처리한다." [양]이 와야할 자리
인데 [음]이 있습니다. 위로 두 개의 양효와 그 위에 양괘가 있어
전체의 양성 에너지가 밑으로 내려와서 첫번째 효가 받고 있는데,
양이 와야할 자리에 음이 모두 받고 있으므로 아버지의 난사를
처리한다고 했습니다. 왜 난사인가 하면 상괘는 아래로 내려와야
하는데 양성기운으로서 위로 올라가려 하고, 하괘는 위로 올라가
려 해야 하는데 첫번째 음효는 음성기운이므로 아래로 내려가려
고 해서 상호 교류가 되지않고 여기서 곤란이 벌어지기 때문입
니다.
국가로 보더라도 지도자층은 지도자층대로, 아래 국민들은 국민
들대로 서로 화합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 그 영향을 받
는 것은 결국 국민 개개인들입니다. 물가가 오르는데 위에서는 아
랑곳하지 않고, 아래서는 월급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치고 파업을
단행하면 그 고난은 누가 다 받느냐? 결국 밑의 자식들이 다 받
게 된다, 즉 국민들이 모두 받는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잘 처리하는 훌륭한 아들이 셋 있다
면 아버지에게도 허물은 없을 것이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더라
도 정신차리고 있는 국민들이 많이 있으면 아버지는 허물이 없으
리라, 즉 국가가 어렵더라도 국민들이 정신차리고 애국하는 마음
으로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나간다면 능히 고난을 극복하고 나중
에는 번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두번째 양효. 어머니의 난사(難事)를 맡아서 처리한
다. 중용의 도리를 지켜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은 삼
가고 임기응변의 융통성 있는 처리를 하라.
九二, 幹母之蠱. 不可貞. 象曰, 幹母之蠱,
得中道也.
"어머니의 난사(難事)를 맡아서 처리한다." 음의 자리에 양효가
있습니다. 음이 와서 난사를 받아내야 할 자리에 양효가 있으므로
어머니의 난사를 처리한다고 주역은 풀이해 놓았습니다. 이 곳은
음의 자리이면서 중도의 위치이기 때문에 첫번째 음효가 포용한
넓은 세상을 굳건히 지켜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양성에너지만
믿고 원칙만 고집하면 그 세계를 지켜내기가 어렵습니다.
"중용의 도리를 지켜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은 삼가고 임기응변
의 융통성 있는 처리를 하라." 우리가 볼 때 해바라기 씨앗이나
달걀 등은 매우 연약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강한 것들입니다.
달걀을 송곳으로 찌르면 깨어지지만, 균등한 힘으로 꽉 조이면 천
하장사라도 그것을 깨트리지 못합니다. 즉 힘의 균형을 잃으면 깨
어지지만, 균형된 힘을 주면 안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닭이 계란을 품을 때는 힘의 균형을 유지한 채로 조심스럽게 품
습니다.
달걀이 깨지게 만들어진 것은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라고 그렇
게 된 것이지 깨트리라고 만들어진게 아닙니다. 씨앗도 여간해서
는 잘 깨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부분을 짓눌러 버리면 힘
의 균형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깨집니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달걀
이 안깨어지듯이, 씨앗이 안깨어지듯이, 균형을 잃지 않으면 절대
깨어지지 않도록 강하게 태어난 존재입니다.
달걀이 깨지게 만들어진 것은 어떻게 보면 신의 창조의 결점이
라고 생각될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결점이 바로 잘되기 위한
유일한 돌출구입니다. 힘의 균형만 유지하면 달걀이 안깨지듯이
인간도 그 이상으로 강하게 태어났습니다. 단 인간이 깨질 수 있
는 부분은 곧 스스로가 육신의 껍질을 깨고 영혼이 나올 수 있도
록 신이 배려해 준 유일한 돌출구입니다.
살아가면서 인간이 받는 가슴의 상처, 아픔, 모든 고통들.... 그
것들은 바로 그 사람의 영혼이 튀어나올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
스입니다. 그런데 그 오아시스의 문을 닫아버리고 그 안에서 번민
하고 살면 그것이 바로 지옥입니다. 그러한 것들에 자신이 빠지지
않고 잘 조화시켰을 때 어떤 힘이 가해져도 깨지지 않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곧 긍지입니다.
인간이 교육을 잘못 받으면 너무 옳은 것에만 집착하여 스스로
균형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마치 빚쟁이가 몰려올 때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버지 없다고 그래라."하고 시키면, 아들이
"우리 아버지가 없다고 그러래요."하고 빚쟁이에게 말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옳은게 옳은 것이라고 고집하는 사람은 옳은 것을
옳게 쓸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즉 답답한 사람들입니다.
조선이 망한 것은 당시 성리학자들이 성리학의 진수는 모르는
채, 겉 껍데기만 지키는 것을 고집하는 바람에 변화의 물결을 도
외시한데서 온 결과입니다. 따라서 곤란이 닥치면 융통성과 적절
한 임기응변으로 그 어려움을 피하면서 전체 세계의 조화와 균형
을 유지하는 재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본래 주관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거짓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법입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내 속셈을 감추고 상대방
의 속셈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만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을 내 속
셈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 실수한 것만큼 불찰
이 없고, 말 한마디 잘못해서 자기 속셈을 자신이 지키지 못한 것
만큼 미련한 것이 없습니다. 두번째 효는 바로 이러한 미련을 범
하지 말고 재치와 임기응변으로 균형된 세계를 지키라는 뜻입니
다. 임기응변을 통해서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길이 어머니
를 도울 수 있는 길입니다. 어머니를 돕는다라는 이야기는 우주가
자기 자신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을 갖춘다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것
이 없이 대화를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세번째 양효. 아버지의 난사(難事)를 맡아서 처리한
다. 지나친 바가 있어 뉘우침을 남기는 일도 있겠으
나 큰 허물은 없을 것이다.
九三, 幹交之蠱, 小有悔, 无大咎. 象曰,
幹交之蠱, 終无咎也.
"지나친 바가 있어 뉘우침을 남기는 일도 있겠으나 큰 허물은
없을 것이다." 여기는 양의 자리입니다. 아버지의 난사를 맡아서
처리합니다. 그리고 이 효는 위에서 양괘가 누르고, 아래서 양효
가 위로 밀어올리는 좌우의 압력을 동시에 받으면서도 양의 자리
에서 양성기운으로 과감하게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나
아가는데 좌우의 양성기운들로부터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소
과오는 있을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원래 양의 자
리에서 이미 음을 구축한 상태에서 나아가는 양성기운이기때문에
큰 허물이 없다고 했습니다.
점을 쳐서 이 괘가 나온다면 나와 관계하는 상하의 인간관계를
잘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직원과 내가 잘 융
합이 되어 있는가? 겉으로는 잘 융합한 것같지만 각자는 자기 이
익만 챙기는 것은 아닌가? 이런 것들을 면밀히 관찰해서 이 괘의
허물을 하나 하나 풀어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산풍고와 같은 점들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산풍고]와 같은 상태에 있는 나라의 국민들은 먼저 외부에 흔
들림이 없이 자기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나가는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국가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올 때 임기응변
적으로 속임수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국가를 잃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해야할 자기 자신은 아무리 외부가 어렵다 하더라도 과감
하게 밀고 나아가야 합니다. 조금 허물이 있더라도 과감히 해야
합니다.
네번째 음효. 아버지의 난사(難事)를 그대로 보고 있
다. 어떻게 처리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곤경에 빠진다.
六四, 裕父之蠱, 往見咎. 象曰, 裕父之蠱,
往未得也.
[음]의 자리에 [음]이 있으므로 성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아래
는 음괘가 있고 위로는 음효가 있어 아래로 끌어당기고 위로 빨
아들이니 중간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양성기운입니다. 피곤해도, 만사가 귀찮더
라도 더 애착을 가지고 뛰어들 수 있는 힘입니다. 자기를 위해 뛰
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오래 있을 수 없으나, 하기 싫은 일에도
정성을 쏟는 사람은 곧 자신의 결함을 하나씩 이겨낼 수 있는 사
람입니다.
짜증나는 일이 있다면 헌신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편히
가지고 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결국 그 일들은 덕이 되어 떠 받
쳐줄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꽃은 반드시 향기를 제공한다
는 사실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나 향기를 위해 꽃을 만들려면 꽃
이 만들어지기 전에 먼저 가시에 찔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
다.
다섯번째 음효. 아버지의 난사(難事)를 맡아 처리한
다. 성덕(盛德)으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으니 크게
성과를 거두어 칭찬을 받는다.
六五, 幹父之蠱. 用譽. 象曰, 幹父, 用譽,
承以德也.
양의 자리인데 음이 있어 아버지의 난사를 이어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음효라 해서 단순한 음성기운이 아니라 양의 에너지를 충
분히 품고 있는 음성기운입니다. 양성기운은 원래 밑에서 위로 흐
르는 법이지만 여섯번째 양효는 마지막 위치이기 때문에 그 기운
을 바로 아래 효가 받고 있고, 정응관계에 있는 양성기운을 이 효
가 받고 있어 충분히 음덕을 베풀 수 있는 효입니다.
"성덕(盛德)으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으니 크게 성과를 거두
어 칭찬을 받는다." 사람이 살다보면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 있습
니다. 과거에 누구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면 그것을 잊어 버리고 살
아야 되는데, 그걸 끝까지 가슴에 두고 있는 사람이 그런 부류입
니다. 오히려 자신을 버리고 덕을 베풀 수 있어야 다음에 조그마
한 실수를 큰 실수로 알아 자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구멍일지라도 구멍난 항아리에는 물을 부
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자신의 새는 세계를 하나 하나 자각해
메꾸어 나아가야만 합니다.
여섯번째 양효. 왕후(王侯)에게 벼슬하지 않고 야
(野)에 묻혀 일신을 고결하게 보존한다. 그 뜻은 모
범을 삼기에 족하다.
上九, 不事王侯. 高尙其事. 象曰, 不事王
侯, 志可則也.
"왕후(王侯)에게 벼슬하지 않고 야(野)에 묻혀 일신을 고결하
게 보존한다." [음]의 자리에 양효가 있으나 음성기운이 충분히
구축된 양에너지입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세계를 고집하지 않고
음성기운을 밖으로 내보내는 양효이기 때문에 자기가 가져왔던
성과를 자기의 것으로 하지 않고 세상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권력
을 자기의 것으로 하지 않고 자신은 바깥으로 나가서 권력만 그
대로 남게한다, 즉 최고의 위치만 남겨두고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는 뜻입니다.
자연의 이치를 분명히 알고 지켜서 행하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향기가 나는 법입니다. 그 향기가 사람을 부르고, 향기안에 사람
이 젖어들어 오면 몸에 향기가 배게 됩니다. 여섯번째 효는 벼슬
하지 않고 일생을 고결하게 가지니 향기처럼 그 뜻이 타의 귀감
이 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산풍고괘는 어려운 난관을 임기응변의 처세로 슬기롭게 극복해
나아가 마침내는 막힘을 통해서 도리어 나아갈 활로를 찾는다는
메시지가 있는 것입니다.
유성..
○ 세상과 나와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세상이 나
● 를 어떻게 감싸주느냐가 아니고, 내가 세상을 어떻
● 게 가꿀 것인가 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인 동시에, 내가 세상에 태어난 사명
○ 이기 때문입니다.
○
●
『 산풍고(山風蠱) 』
고(蠱)의 괘는 강(剛)이 위에서 높이 있고, 유(柔)가
아래에 있어서 낮은채 하고 있을 뿐, 상하가 서로 교
류함이 없고 협조함이 없다. 그러므로 나라안에는 어
려운 일들이 일어난다. 혼란과 부패와 천재지변 등
하늘은 변하고 땅에는 이상이 생기는 일들이 겹친다.
그러나 곧 크게 형통하여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발전
번영하리라. 대하를 건너감과 같이 결심과 용기를 내
어 적극적으로 위험을 극복하여 전진하는 것이 좋다.
사물의 이치는 항상 변화한다. 궁극에 도달하면 새로
운 것이 시작되는 것은 자연의 운행법칙인 것이다.
蠱,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象曰, 蠱剛上而柔下. 巽而上蠱. 蠱元亨而
天下治也. 利涉大川, 往有事也. 先甲三日,
後甲三日, 終則有始, 天行也.
사람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한 하나의 에너지체라고 할 수 있습
니다. 동양에서는 그것을 "기(氣)"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기가
어떻게 생겼냐고 굳이 표현한다면 일단은 동그랗게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는 두가지 성질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물체가 흩어지지 않
고 형태를 이룰 수 있게끔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그것을
중국에서는 음성기운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물체가 음성기운
만 있으면 안으로 쪼그라 들어서 결국은 없어질텐데 그렇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또 다른 힘이 작
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양성기운이라고 말합니다. 따라
서 만물은 음성기운과 양성기운이 밀고 당기는 작용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입
니다. 그 음성기운과 양성기운이 상호작용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치 눈에 보이는 것처럼 가시화하여 표시한 것이 "태극
(太極)"입니다.
중요한 것은 태극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음에네
르기와 양에네르기가 건전하게 유지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입니다. 나 자신이 음양기운을 가지고 있듯이, 바깥세계도 나름
대로 음양기운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바깥세계의 음양
기운과, 나 자신의 음양기운은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그 작용의
싸이클을 64가지로 구분해 놓은 것이 바로 주역입니다.
그런데 64가지의 작용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가 있는데 그
것은 나 자신의 음에네르기가 내부로만 작용하면 양에네르기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세상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고,
나 자신의 음에네르기가 밖으로 품어져 나가 세상을 포용하게 되
면 양에네르기는 세상을 끌어당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
다. 자신의 음에네르기가 자기에게만 고찰되면 결국 세상과 분리
되어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이 없고 결국 짜증과 고통의 삶을 살게
됩니다. 반면에 자신의 음에너지가 세상을 수용하고 세상으로 뻗
어나가면 세상의 기운이 자신에게 들어와서 결국은 세상의 호응을
얻고 세상으로부터 복을 받게 됩니다.
에너지체는 정지함이 없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
기 때문에 나의 에너지는 세상으로 전달되고, 세상의 에너지는 나
에게로 전달됩니다. 그래서 주역은 역류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에너지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세상과 조화를 이루어 순조
롭게 순환하지만, 자신에게 에너지가 고착되어 있는 사람은 순환
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자연은 그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거나
다른 쪽의 기능에 흡수시켜 버립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자연에
의해 자신이 깨어져 나가는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에만 관심을 가져 자신이 깨어졌다
면 그 장본인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 세상은 어떻든지간에 전부다 천국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습니
다. 우리가 천국을 느끼는 것은 매우 간단합니다. 나의 에너지체
가 내부로 고착되지 않고 세상으로 품어져 나가 세상을 포용하면
곧 천국입니다. 반대로 나 자신에게 고착되어 머물러 있으면 지옥
입니다.
운전을 할 때, 항상 정신을 잡념이 없이 맑게 가지고 주위를 살
피면서 가면 결코 큰 사고는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기 즐거운
일에 빠져서 옆 사람과 노닥거리면서 웃고 떠들고 가면 느닷없이
앞 차를 들이 받는다거나, 아니면 도로교통법을 지키지 않아 다른
차에게 받친다거나 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운전에 임할 때는 자
기 기분나쁜 것, 즐거운 것, 이러한 것에 스스로 치우쳐 있지말아
야 합니다. 신경질난다고 조금 양보하면 될 것을 성질대로 밀고
나가면 그것이 곧 불행이 되어 버리게 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 속안에 빠져서 사는 사람은 결코 천당을
맛볼 수 없습니다. 가야할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조금 온
다고 해서 옷도 젖기 싫고 바깥에 나가면 칙칙하니까 집에서 쉬
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식의 생활방식이 곧 지옥을
벗어날 수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습니다.
영혼은 비에 젖어서는 안됩니다. 영혼이 자기 자신에게 빠져있
어서는 결코 안됩니다. 정신병원에 가서 서로 대화하는 것을 보면
매우 웃깁니다. 서로가 자기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은
전혀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로 보면 마치 의사소통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서로 자기 증세를 나타내고 있을 뿐입니다. 우
리는 지금 그런 속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영혼이 분명히 자각되어져 있다면 다른 사람이 자신을 되감아
버리는 그와 같은 에네르기 속안에 말려들어 가지 않을 수 있습니
다. 그렇게 말려들어 가지 않는 영혼은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다라
는 의미에서 영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피조체들이 서
로 힘을 똘똘 뭉치고 뭉쳐서 모은다 하더라도 이 우주라는 전체
를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천당은 영생을 얻을 수 있지만 지옥
은 가봐야 끝내가서는 그 자체가 부서지고 맙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영혼과 마음이 있습니다. 영혼이 깨어 있으면
마음이 영혼을 지배할 수 없습니다. 영혼이 분명하지 못한 사람은
마음이 이리저리 쏠리고 이리저리 움직여서 자신의 영혼을 스스
로 진흙 속안에 집어 넣듯이 짓밟아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
이 우유부단해지고 결단력이 없어지고 최선의 해결책을 스스로
생각해 낼 수가 없게 됩니다. 자기 심정에 빠져 있으면 하늘이 주
는 복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주역의 괘는 두 괘가 하나로 복합되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땅을
뜻하는 괘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을 뜻하는 괘입니다. 자기와 자기
바깥의 세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기라는 세계
는 바깥의 세계로 움직여 나아가려고 해야 되고, 자기 바깥의 세
계는 자기를 감싸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 존재가 번영을 이
룰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역은 융합된 상태에서 보고 있습니다.
두 괘가 어떻게 융합되느냐에 따라서 나타나는 가지에 꽃이 활짝
피느냐 아니냐 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이 행복
과 불행을 논하는 것은 가지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논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혼으로 사는 사람은 결코 거기에 치우쳐서 살
지 않습니다.
"고(蠱)의 괘는 강(剛)이 위에서 높이 있고, 유(柔)가 아래에
있어서 낮은채 하고 있을 뿐, 상하가 서로 교류함이 없고 협조함
이 없다." [산풍고]의 하괘는 음이 하나이고 양이 두 개입니다. 이
것은 음의 괘입니다. 양이 두 개인데 왜 음의 괘인가? 양성기운
두 개가 안에 숨겨져 있고 음 하나가 나타나면 이것은 전체적으
로 여자입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여자들도 겉으로는 여자이지
만 안에는 양이 두 개있습니다. 여자가 자기 심사가 뒤틀리면 막
무가내로 나올 수 있는 그 힘은 안에 양의 효가 두 개 겹쳐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악을 쓰면서 싸우면 남자는 집
니다. 왜 지냐하면 여자는 막무가내로 튀어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것은 앞뒤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남자는 감당을 해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성을 넘어선 능력, 이것이 위대한 여자의 능력입니다.
위의 괘는 음이 두 개이고 양이 하나로 남성입니다. 그래서 남
자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아량이 넓은 것같지만 천만의 말씀입니
다. 남자는 치사하고 유치합니다. 또 아량도 넓지 못합니다. 남자
의 아량은 다 속셈일 뿐입니다. 여자는 손수건이라도 자기 정성껏
수를 놓아서 남자한테 선물합니다. 남자들은 환심을 사려고 하기
때문에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가짜였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여자는 가짜를 안합니다. 남자들이 싼 것이지만 비싸게
보이게끔 허풍을 떱니다. 겉으로는 양에너지이니만 속안에 음에너
지가 있기 때문에 어떡하든지 겉의 양에너지로 환심을 사서 속의
음의 세계에 빠뜨려 버릴까 하고 공모 수작을 하는게 남자입니다.
그래서 남자는 속셈이 차면 바깥으로 결코 양보하는 법이 없고,
속셈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심혈을 기울이다가 끝내가서는 스스
로 양성에너지가 고갈되게 됩니다. 그래서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혼란과 부패와 천재지변 등 하늘은 변하고 땅에는 이상이 생
기는 일들이 겹친다." [산풍고]는 위의 괘는 간(艮)괘로 소남(小
男)의 효(爻)가 양성기운으로 위로 올라가고 아래 괘는 손(巽)괘
로 장녀의 음성기운으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하늘은 밑으로 내려
올려고 하고 땅은 위로 오를려고 하는 것이 주역의 법칙입니다.
상괘는 남자로서 밑으로 감싸주어야 하는데, 감싸주려고 하지 않
고 자기대로 위로 올라가려 하고, 밑의 괘는 여자로서 올라가려고
해야 하는데 밑으로 내려가려고 하니 서로 갈라져 버리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산풍고는 서로가 융합해서 교류하는
것이 없고 분리되는 양상입니다. 국가로 보면 위의 지도층은 국
민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활만 추구하고, 국민은 국민대로
국가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어, 나라안에는
혼란과 부패, 천재지변 등 어려운 일들이 겹쳐서 나타나는 것입니
다. "그러나 곧 크게 형통하여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발전 번영하
리라." 그러나 하괘는 양성기운이 둘, 음성기운이 하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음성기운이 자기 고착에서 벗어나 세상을 품을 수
있으면 결국 순조롭게 순환되어 끝내가서는 크게 형통할 수 있는
괘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위 사람보다는 아래 사람이 더 의욕이
있고 총명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것은 회사가 되었든지 가정이
되었든지 전부 다 잘되는 것입니다. 윗 사람은 잘하는데 아래 사
람이 축쳐져 있으면 거기서는 불만이 싹트게 되고 반드시 반발이
일어나게 됩니다.
스승이 못났더라도 제자가 훌륭하면 결국 그 집단은 번영할 수
있는 것처럼, 지도층이 못났더라도 국민이 국가를 위하고 능력이
있으면 그 나라는 부강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과 나와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세상이 나를 어떻게 감싸주느냐가 아니고, 내가
세상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이 세
상에서 할 일인 동시에 내가 세상에 태어난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대상. 산 기슭으로 바람이 거칠게 불어닥친다. 이것
이 [고]의 괘상이다. 군자는 이 괘상을 보고 인민을
고난에서 구제하고 자신의 덕성을 기른다.
象曰, 山下有風蠱. 君子以振民育德.
산 기슭으로 바람이 거칠게 불어닥치는 혼란한 때에는 혼란한
세상을 받아들이려고 해야 되고,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는 자기 마
음대로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벗어나서 바라볼 수 있는 높은
덕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것이 갖추어지면 자연이 저절로 제 위치
로 돌려놓기 때문에 나중에 큰 복을 받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첫번째 음효. 아버지의 난사(難事)를 맡아서 처리한
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잘 처리하는 훌륭한 아
들이 셋 있다면 아버지에게도 허물은 없을 것이다.
곤란과 위험이 따르지만 최후에는 길하다.
初六, 幹交之蠱. 有子, 考无咎. 려終吉.
象曰, 幹交之蠱, 意承考也.
"아버지의 난사(難事)를 맡아서 처리한다." [양]이 와야할 자리
인데 [음]이 있습니다. 위로 두 개의 양효와 그 위에 양괘가 있어
전체의 양성 에너지가 밑으로 내려와서 첫번째 효가 받고 있는데,
양이 와야할 자리에 음이 모두 받고 있으므로 아버지의 난사를
처리한다고 했습니다. 왜 난사인가 하면 상괘는 아래로 내려와야
하는데 양성기운으로서 위로 올라가려 하고, 하괘는 위로 올라가
려 해야 하는데 첫번째 음효는 음성기운이므로 아래로 내려가려
고 해서 상호 교류가 되지않고 여기서 곤란이 벌어지기 때문입
니다.
국가로 보더라도 지도자층은 지도자층대로, 아래 국민들은 국민
들대로 서로 화합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 그 영향을 받
는 것은 결국 국민 개개인들입니다. 물가가 오르는데 위에서는 아
랑곳하지 않고, 아래서는 월급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치고 파업을
단행하면 그 고난은 누가 다 받느냐? 결국 밑의 자식들이 다 받
게 된다, 즉 국민들이 모두 받는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잘 처리하는 훌륭한 아들이 셋 있다
면 아버지에게도 허물은 없을 것이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더라
도 정신차리고 있는 국민들이 많이 있으면 아버지는 허물이 없으
리라, 즉 국가가 어렵더라도 국민들이 정신차리고 애국하는 마음
으로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나간다면 능히 고난을 극복하고 나중
에는 번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두번째 양효. 어머니의 난사(難事)를 맡아서 처리한
다. 중용의 도리를 지켜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은 삼
가고 임기응변의 융통성 있는 처리를 하라.
九二, 幹母之蠱. 不可貞. 象曰, 幹母之蠱,
得中道也.
"어머니의 난사(難事)를 맡아서 처리한다." 음의 자리에 양효가
있습니다. 음이 와서 난사를 받아내야 할 자리에 양효가 있으므로
어머니의 난사를 처리한다고 주역은 풀이해 놓았습니다. 이 곳은
음의 자리이면서 중도의 위치이기 때문에 첫번째 음효가 포용한
넓은 세상을 굳건히 지켜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양성에너지만
믿고 원칙만 고집하면 그 세계를 지켜내기가 어렵습니다.
"중용의 도리를 지켜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은 삼가고 임기응변
의 융통성 있는 처리를 하라." 우리가 볼 때 해바라기 씨앗이나
달걀 등은 매우 연약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강한 것들입니다.
달걀을 송곳으로 찌르면 깨어지지만, 균등한 힘으로 꽉 조이면 천
하장사라도 그것을 깨트리지 못합니다. 즉 힘의 균형을 잃으면 깨
어지지만, 균형된 힘을 주면 안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닭이 계란을 품을 때는 힘의 균형을 유지한 채로 조심스럽게 품
습니다.
달걀이 깨지게 만들어진 것은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라고 그렇
게 된 것이지 깨트리라고 만들어진게 아닙니다. 씨앗도 여간해서
는 잘 깨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부분을 짓눌러 버리면 힘
의 균형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깨집니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달걀
이 안깨어지듯이, 씨앗이 안깨어지듯이, 균형을 잃지 않으면 절대
깨어지지 않도록 강하게 태어난 존재입니다.
달걀이 깨지게 만들어진 것은 어떻게 보면 신의 창조의 결점이
라고 생각될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결점이 바로 잘되기 위한
유일한 돌출구입니다. 힘의 균형만 유지하면 달걀이 안깨지듯이
인간도 그 이상으로 강하게 태어났습니다. 단 인간이 깨질 수 있
는 부분은 곧 스스로가 육신의 껍질을 깨고 영혼이 나올 수 있도
록 신이 배려해 준 유일한 돌출구입니다.
살아가면서 인간이 받는 가슴의 상처, 아픔, 모든 고통들.... 그
것들은 바로 그 사람의 영혼이 튀어나올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
스입니다. 그런데 그 오아시스의 문을 닫아버리고 그 안에서 번민
하고 살면 그것이 바로 지옥입니다. 그러한 것들에 자신이 빠지지
않고 잘 조화시켰을 때 어떤 힘이 가해져도 깨지지 않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곧 긍지입니다.
인간이 교육을 잘못 받으면 너무 옳은 것에만 집착하여 스스로
균형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마치 빚쟁이가 몰려올 때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버지 없다고 그래라."하고 시키면, 아들이
"우리 아버지가 없다고 그러래요."하고 빚쟁이에게 말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옳은게 옳은 것이라고 고집하는 사람은 옳은 것을
옳게 쓸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즉 답답한 사람들입니다.
조선이 망한 것은 당시 성리학자들이 성리학의 진수는 모르는
채, 겉 껍데기만 지키는 것을 고집하는 바람에 변화의 물결을 도
외시한데서 온 결과입니다. 따라서 곤란이 닥치면 융통성과 적절
한 임기응변으로 그 어려움을 피하면서 전체 세계의 조화와 균형
을 유지하는 재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본래 주관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거짓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법입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내 속셈을 감추고 상대방
의 속셈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만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을 내 속
셈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 실수한 것만큼 불찰
이 없고, 말 한마디 잘못해서 자기 속셈을 자신이 지키지 못한 것
만큼 미련한 것이 없습니다. 두번째 효는 바로 이러한 미련을 범
하지 말고 재치와 임기응변으로 균형된 세계를 지키라는 뜻입니
다. 임기응변을 통해서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길이 어머니
를 도울 수 있는 길입니다. 어머니를 돕는다라는 이야기는 우주가
자기 자신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을 갖춘다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것
이 없이 대화를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세번째 양효. 아버지의 난사(難事)를 맡아서 처리한
다. 지나친 바가 있어 뉘우침을 남기는 일도 있겠으
나 큰 허물은 없을 것이다.
九三, 幹交之蠱, 小有悔, 无大咎. 象曰,
幹交之蠱, 終无咎也.
"지나친 바가 있어 뉘우침을 남기는 일도 있겠으나 큰 허물은
없을 것이다." 여기는 양의 자리입니다. 아버지의 난사를 맡아서
처리합니다. 그리고 이 효는 위에서 양괘가 누르고, 아래서 양효
가 위로 밀어올리는 좌우의 압력을 동시에 받으면서도 양의 자리
에서 양성기운으로 과감하게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나
아가는데 좌우의 양성기운들로부터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소
과오는 있을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원래 양의 자
리에서 이미 음을 구축한 상태에서 나아가는 양성기운이기때문에
큰 허물이 없다고 했습니다.
점을 쳐서 이 괘가 나온다면 나와 관계하는 상하의 인간관계를
잘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직원과 내가 잘 융
합이 되어 있는가? 겉으로는 잘 융합한 것같지만 각자는 자기 이
익만 챙기는 것은 아닌가? 이런 것들을 면밀히 관찰해서 이 괘의
허물을 하나 하나 풀어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산풍고와 같은 점들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산풍고]와 같은 상태에 있는 나라의 국민들은 먼저 외부에 흔
들림이 없이 자기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나가는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국가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올 때 임기응변
적으로 속임수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국가를 잃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해야할 자기 자신은 아무리 외부가 어렵다 하더라도 과감
하게 밀고 나아가야 합니다. 조금 허물이 있더라도 과감히 해야
합니다.
네번째 음효. 아버지의 난사(難事)를 그대로 보고 있
다. 어떻게 처리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곤경에 빠진다.
六四, 裕父之蠱, 往見咎. 象曰, 裕父之蠱,
往未得也.
[음]의 자리에 [음]이 있으므로 성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아래
는 음괘가 있고 위로는 음효가 있어 아래로 끌어당기고 위로 빨
아들이니 중간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양성기운입니다. 피곤해도, 만사가 귀찮더
라도 더 애착을 가지고 뛰어들 수 있는 힘입니다. 자기를 위해 뛰
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오래 있을 수 없으나, 하기 싫은 일에도
정성을 쏟는 사람은 곧 자신의 결함을 하나씩 이겨낼 수 있는 사
람입니다.
짜증나는 일이 있다면 헌신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편히
가지고 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결국 그 일들은 덕이 되어 떠 받
쳐줄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꽃은 반드시 향기를 제공한다
는 사실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나 향기를 위해 꽃을 만들려면 꽃
이 만들어지기 전에 먼저 가시에 찔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
다.
다섯번째 음효. 아버지의 난사(難事)를 맡아 처리한
다. 성덕(盛德)으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으니 크게
성과를 거두어 칭찬을 받는다.
六五, 幹父之蠱. 用譽. 象曰, 幹父, 用譽,
承以德也.
양의 자리인데 음이 있어 아버지의 난사를 이어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음효라 해서 단순한 음성기운이 아니라 양의 에너지를 충
분히 품고 있는 음성기운입니다. 양성기운은 원래 밑에서 위로 흐
르는 법이지만 여섯번째 양효는 마지막 위치이기 때문에 그 기운
을 바로 아래 효가 받고 있고, 정응관계에 있는 양성기운을 이 효
가 받고 있어 충분히 음덕을 베풀 수 있는 효입니다.
"성덕(盛德)으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으니 크게 성과를 거두
어 칭찬을 받는다." 사람이 살다보면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 있습
니다. 과거에 누구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면 그것을 잊어 버리고 살
아야 되는데, 그걸 끝까지 가슴에 두고 있는 사람이 그런 부류입
니다. 오히려 자신을 버리고 덕을 베풀 수 있어야 다음에 조그마
한 실수를 큰 실수로 알아 자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구멍일지라도 구멍난 항아리에는 물을 부
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자신의 새는 세계를 하나 하나 자각해
메꾸어 나아가야만 합니다.
여섯번째 양효. 왕후(王侯)에게 벼슬하지 않고 야
(野)에 묻혀 일신을 고결하게 보존한다. 그 뜻은 모
범을 삼기에 족하다.
上九, 不事王侯. 高尙其事. 象曰, 不事王
侯, 志可則也.
"왕후(王侯)에게 벼슬하지 않고 야(野)에 묻혀 일신을 고결하
게 보존한다." [음]의 자리에 양효가 있으나 음성기운이 충분히
구축된 양에너지입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세계를 고집하지 않고
음성기운을 밖으로 내보내는 양효이기 때문에 자기가 가져왔던
성과를 자기의 것으로 하지 않고 세상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권력
을 자기의 것으로 하지 않고 자신은 바깥으로 나가서 권력만 그
대로 남게한다, 즉 최고의 위치만 남겨두고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는 뜻입니다.
자연의 이치를 분명히 알고 지켜서 행하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향기가 나는 법입니다. 그 향기가 사람을 부르고, 향기안에 사람
이 젖어들어 오면 몸에 향기가 배게 됩니다. 여섯번째 효는 벼슬
하지 않고 일생을 고결하게 가지니 향기처럼 그 뜻이 타의 귀감
이 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산풍고괘는 어려운 난관을 임기응변의 처세로 슬기롭게 극복해
나아가 마침내는 막힘을 통해서 도리어 나아갈 활로를 찾는다는
메시지가 있는 것입니다.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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